창밖이 수증기로 가득찼다.
나무가 바람에 나부끼고, 물방울들이 맺인 유리창 안쪽은 수증기로 뿌옇게 변했다. 우산은 바람에 뒤집어져 살은 구부러지고 한쪽천은 찢어져 접히지도 않은 채 못쓰게 되었다.
가만히 좋아하는 바깥의 수족관에선
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들이 빗속을 헤엄쳐 다녔다.
어린 물고기들은 앞도 보지 않고 뛰어다녔다. 엄마 물고기들은 처마 밑에서 아기 물고기들이 탄 영재영어교육 봉고차를 기다렸다.
드물게 지친 물고기들이 가만히 좋아하는을 찾아와 두뇌활성제 카페인을 리필해 먹고 다시 바쁜 어항속으로 돌아갔다.
어항바깥쪽에서 보기에 어항속 해초들은 바람에 정신없이 머리를 나부껴대며 팔을 흔들어대는 것처럼 보였다. 그 모습이 흡사 춤을 추는 것 같았다.
나는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어항속을 구경하였다. 문득 한눈을 팔 때도 있었으나 대체로 어항은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었으므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.
어항속은 어지러웠고, 날은 금새 어두워졌다.
어쩜 내 머리속은 저 어항속보다 더 어지러울지 모른다. 꼼짝않고 의자에 앉아 이 장마비가 여름이 끝날때까지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. 어항에 어정쩡한 자세로 다이빙해 뛰어들지 않고 의자에 차분히 앉아 어항속을 바라보기가, 그럴수 있는 기회가 어찌 쉬이 올 수 있을 것인가. 다이빙 점수 10점 만점에 3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. 혹여 어항속 물고기들에게 야유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이런저런 걱정 없이 말이다.
물론 어항속 물고기들은
가만히 좋아하는이란 어항에 꼼짝앉고 앉아있는 나라는 물고기를 낯선 시선으로 구경할지도 모를 일이지만.